넘어갈 거면 화내지 말고 화낼 거면 넘어가지 말라. 무언가 불편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냥저냥 묵인할 거라면 아예 신경 쓰지 말고, 그렇게 못 넘어가겠다면 쌓아두는 것 하나 없이 말하라는 뜻으로, 내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세상엔 화내기엔 쪼잔해 보이고 그렇다고 묻어두기엔 답답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고 넘어간 관계가 점점 틀어졌던 ...
-있지, 네 혀 좀 내가 맛봐도 돼? 미친 가시내가 왔다. 바다를 닮은 이름의. -머대요. -내일 서울서 아가 하나 온댜. 델러 갈 수 있냐. -뉜대요. -...손주. 지순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음을 느꼈다. 손주라니. 할매는 폴더폰 속의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이내 똘칵- 하고 닫았다. 그러고선 우물우물 밥을 먹는 할매의 눈은 슬퍼보이기도 하고 기뻐...
유가네에서 밥 볶을때 하니?" "알잖아. 나 인팁이라 사회성 떨어지는거. 그래도 머리는 비상하니까 닭갈비 집에서 이별을 고하면 안된다는 것 쯤은 알아둘게." "허.. 아니 이건 됐고 헤어지자는건 무슨 말이야?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잘못한 건 없지. 단지 내가 내린 결정이랄까. 어제 사주를 봤는데 내가 언니한테 퍼줄 팔자래. 오행 중에 언니는 목이고 ...
이 글은 가족과의 이별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읽으실 때 유의해 주세요. 어떻게 네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넌 잘 지내고 있을까. 외롭지는 않을까. 갈 때 아프지는 않았나. 너도 내가 보고싶을까. 코코가 떠난지 벌써 두달이 지났다. 이젠 꼬질꼬질한 체취와 까슬까슬한 수염의 감촉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헤어짐이라는게 원래 그런거란걸 알고 있으면서도, ...
오랜만의 글입니다. 사실 그동안 좀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기대와 부담감 때문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오늘은 새벽의 힘을 받아 끝까지 완성하게 되었네요. 그런 만큼 전보다는 약간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의 시작은 재밌었어요. 전에 써놓은 ‘가끔은 태양이 부담스러워 그늘이 편할 ...
그는 태양이 두려워 달밤 아래로 숨은 뱀파이어들 중 하나였다. 해가 뜰 때 잠자리에 들어 해가 질 때 일어나는 것. 깊은 밤이 아니고서야 항상 두터운 암막 커튼을 두세 겹 겹쳐놓는 것. 가끔은 달빛에도 알러지가 일어나는 것. 외출 시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지나치게 우울해하는 사람들만 보게 되는 것. 좋아하는 사람의 자는 모습만을 멍하니 관...
... 어제는 사춘기 불안한 영혼들에 관해 썼다. 여름 날씨에 녹은 아이스크림과 그 주위로 모여드는 개미떼 같은 것을 썼다. 타인의 아픔에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을 썼다.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불안에 관해 썼다. 다소 유치하고 촌스러운 반항들과 후텁지근한 날씨에 유지해야 하는 적정 거리도, 살아보겠다고 꿈틀대는 작은 생명도 썼다. 다른 사람에 대...
그 해 여름은 정말 무더웠다. 38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휴교령은 내려질 줄을 몰라서, 나와 b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하나씩 물고 집에 가는 길목 그늘 아래서 쉬기로 했다. 하천 다리 아래였다. 매미들은 쉴 새 없이 울어대고, 공기 중에는 파리떼가 얼기설기 날아다니는 그런.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벽에서 아직 덜 마른 페인트 냄새가 나고 있었다는 점. 그 전...
여러번 수정하고 다듬느라 진이 다 빠져버렸어요. 이토록 신경쓴 글은 이번이 처음일거에요. 감정을 쓰려니까 가독성이 떨어지네요. 아무쪼록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문을 열어준 나에게 감사함을 표합니다.
물은 차고 몸은 떠오른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방에 난 갇혀있다. 가로세로높이 2m의 작고 하얀 방. 어쩌다 이 방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냥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 방 안엔 주기적으로 물이 들어오고 빠진다. 나는 이런 과정을 ‘차오름’이라고 부른다. 보통은 내 턱 근처에서 일렁이지만 가끔은 온 몸이 잠길만큼 가득할 때도 있다...
칠월의비사는 이렇게 끝이 난다. 생각했던 것보다 소박하고 심심하게 마무리 되었다. 살냄새 나는 글을 썼는지, 무대 위 페르소나는 더이상 부끄럽지 않은지, 나의 취향은 좀더 세심해 졌는지 아직 나는 모른다. 그냥 나는.. 항상 나이기 위해 살 뿐이다. 몇달 전에 다이소에서 바질을 하나 사와서 키웠다. 식물을 키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곱 중에 여섯이 싹을 ...
바지 세 벌과 티 두 장을 샀다. 패션에 전혀 관심없는 내가 이 쇼핑으로서 기분이 좋아진건 단순히 소비가 주는 즐거움 때문은 아닐것이다. 정확히는 내가 원하던 넉넉한 품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안심에 있다. 취향이란건 생각보다 섬세하고 까다로워서 그 비위를 맞춰주기 힘들다. 하지만 한번 아다리가 맞게되면 그만큼 만족스럽고 편한 것이 없다. 단지 그 과정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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